국내외선교소식

[해외선교소식] 차성헌, 한미선(고르반, 설리반) 선교사 선교지 소식 및 기도제목
2026-03-17 08:47:17
윤선교
조회수   18

사랑하는 동역자님께.

얼마 전부터 뻐꾸기 소리가 새벽을 깨웁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청아한지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뻐꾸기가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할 때 근처에서 까마귀가 유독 둔탁하고 거칠게 울었습니다.
저는 뻐꾸기의 아름다운 소리 뒤에 까마귀의 슬픔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뻐꾸기의 특성이 그렇듯이 방글라데시 뻐꾸기도 까마귀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눈도 뜨지 못한 갓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까마귀의 알을 하나씩 둥지 밖으로 밀어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어미 까마귀는 자기 새끼들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뻐꾸기에게 쉬지 않고 먹이를 날라다 주며 헌신적으로 보살펴 준다고 합니다.
생태계 전체로 보면 각자의 생존 방식이겠지만 까마귀 입장에서는 불편한 진실이겠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일부 까마귀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고 뻐꾸기의 알을 식별해서 깨 버리거나 둥지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저항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시스템의 유지에 기여하는 상황은 가장 비극적인 부조리일 것 같습니다.
완벽한 해결은 아니어도 부조리해 보이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 불합리함을 직시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까마귀의 저항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느 까마귀의 저항처럼 세속적인 세계관을 향한 끊임없는 저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먼 매클린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버지 매클린 목사는 태양이 낮게 내려앉은 해 질 녘에 아들들에게 낚시를 가르치곤 했습니다.
그는 “낚시하는 법을 모르면서 고기를 잡는 것은 물고기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낚시를 통해 인생을 가르치지요.
더 빨리, 더 많이, 더 큰 고기를 잡으라고 재촉하고 요구하는 듯한 세상에서 배움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라는 그의 가르침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속적인 배움을 향한 낯선 저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자유로운 둘째 아들 폴이 멋지게 대어를 낚았습니다.
”낚시를 한다는 것은 물고기처럼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치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훌륭한 낚시꾼이 되었다며 아낌없이 칭찬했습니다.
그때, 아들 폴의 대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낚싯대를 잘 다루지만 물고기와 똑같은 생각을 하려면 아직 3년은 더 있어야 돼요.”
자기를 비우고 타자의 상태에 온전히 공감하는 능력이 영적 민감성이라면 배움이란 이런 영적 민감성을 기르는 일이며 그 일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젤리를 제외하고 모두가 학생인 우리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배움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지요.
무슬림들의 가장 큰 명절인 이드 방학인 요즘은 학교를 가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아이들의 공부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휴일이 되고 특별한 사유도 알 길 없이 갑자기 교사조차 제시간에 출근하지 않기 일쑤인 데다 수업도 거의 절반 정도밖에 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아이들은 모든 영역에서 배움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인식하게 되고 인식하는 만큼 태도가 달라지는 걸까요?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물고기 맛을 알 수 있게 해 주고 싶은 우리의 진정성을 느꼈는지 어느 날 둘조이가 “수학과 영어를 하고 나면 해가 저물어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젤리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동생들과 방정식을 푸는 즐거움에 오전을 모두 보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단순히 교과 과정을 따라 지식을 습득하는 데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 더디더라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만물 속에 깃든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영적 민감성을 키워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모든 낯선 배움의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어려웠겠지요.
매일 아침마다 달리는 것도, 하루에 세 번 기도회에 참석하는 것도, 매일 저녁 저널링을 쓰는 것도 어려웠을테고 심지어 땔감을 준비하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매일의 식사 준비를 혼자 해야 한다면 우리는 자주 피곤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 집에는 큰 아이들(7~9학년) 그룹, 중간(5학년) 그룹, 작은(2~3학년과 라본너) 아이들 그룹, 막내(저이, 쁘랍뻐, 쁘라쭐저) 그룹이 있습니다.
막내 그룹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세 그룹은 각각의 그룹에서 한 명씩, 세 명이 하나의 조를 이루어 식사를 준비하지요.
작은 아이는 양파와 마늘 등을 다듬는 일과 잔일을 도와주고 중간 그룹은 식재료를 다듬고 큰 아이들은 불을 지펴 요리를 합니다.
요리장에 따라 새로운 맛을 맛볼 수 있어서 매 식사가 기대가 되기도 하지요.
우리 집에 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라본노는 얼마 전에 새 가족이 된 루미나(소수 민족 우라오, 11세)를 위해 같이 방을 쓰며 말동무가 되어 주고 같이 그림을 그리고 함께 기도회에 가며 돕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새로운 삶의 터전에 잘 적응해 가도록 도우며  타자의 세계에 대한 깊은 공감 능력을 더해가는 아이들.
지금은 함께가 아니면 모든 것이 어렵지만 언젠가는 아무도 보지 않는 꾸밈없는 삶에서도 스스로 배우고 깨달은 대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공동체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과 배움을 확장하고 나눌 수 있는 길을 놓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올해 '마이크로 스쿨'을 알게 되었지요.
교사나 학교 건물이 필요 없는 교육 모델로 인터넷이 잘 안 되는 지역에서도 다운로드를 통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영어, 수학, 성경, 성품, 한국어 다섯 가지를 가르치는 과정으로 어떤 연령부터 시작해도 되는 장점도 있지요.
저희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교육 선교사'로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현재 여덟 종족의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 ‘마이크로 스쿨’이라는 도구를 통해 주중에는 교육으로 기여하고 주일에는 자연스럽게 예배의 자리를 만든다면, 교육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단순한 지식이 아닌 생명의 원리를 따라 자신이 배운 것으로 마을 공동체를 섬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선교지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불확실성의 연속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아이들이 있고 마치 병아리가 알을 뚫고 나오려 할 때 어미 닭이 적절한 때에 밖에서 쪼아 돕는 ‘줄탁동시‘처럼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인도해 주시리라 싶습니다.

사랑하는 에녹이와 에셀이의 소식을 전합니다.
에녹이는 청년 활동가로서의 의미 있고 특별했던 시간을 마치고 ‘복음과 상황’이라는 공동체에 몸을 담고 배움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때때로 에녹이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자신을 지켜봐 주시고 곁을 내어 주셨던 분들을 향한 진정 어린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셀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배움의 자리에 서게 되었지요.
그녀는 아직도 자신을 기억해 주시는 교수님이 계신다며 무척 상기된 목소리로 연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배움과 삶을 시작하는 에녹이와 에셀이의 삶을 응원합니다.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과 늘 더불어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을 참 오묘하게 지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도, 하늘 위의 하늘도 담을 수 없는 크신 당신의 마음을 우리 안에 담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그분의 크심을 우리의 작은 마음에 담는 일에 실패하고 낙심할 때가 있지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위태로워 보이는 삶을 살아가던 폴은 일찍 죽음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지요.
아들을 사랑하지만 그의 방황을 끝내 이해하거나 해결해 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슬픔.
그의 마지막 설교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 각자는 살면서 언젠가 도움이 필요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 우리는 기꺼이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왜냐하면, 우리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좀처럼 도울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어떤 부분을 내어 주어야 할지 모르거나, 아니면 더 자주, 우리가 주고자 하는 그 부분이 그들에게 원치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잘 알아야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모두뿌레서 차성헌, 한미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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